영화 가위 내가 본 공포영화 중에 기억에 남는 한국 공포영화
2000년 여름, 그날을 아직도 잘 기억합니다. 공포 영화에 대한 열정이 뜨겁던 나는, 그날 김규리와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가위'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 시절에는 한국 공포 영화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매우 떨어졌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공포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 주변 사람들에게는 공포 영화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공포 영화를 보면서 얻은 풍부한 경험 덕분에, 그 영화가 무서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재미가 부족할 것이라는 생각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개봉하는 모든 공포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그날도 '가위'를 보러 갔지만, 특별히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그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스토리가 흥미로웠고 (당시의 나에게는 신선했지만, 지금 다시 보면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집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났습니다 (특히 유지태의 연기는 그때와 지금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의 그는 아직 연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공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무서움의 정도를 평가하면, 그 영화는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때의 그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정도로 잘 만든 공포 영화가 나올 수 있다니!' 그것은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봤을 때는 그렇게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2000년에는 그 영화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영화에는 젊은 시절의 김규리, 하지원, 유지태, 유준상, 최정윤이 출연했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배우 정준의 연기도 볼 수 있었고, 그들 모두가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김규리, 최정윤, 정준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가위'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대학생 동아리 모임에서 최정윤이 하지원의 과거를 폭로하면서 일이 크게 터지고, 하지원을 죽인 후 그것을 자살로 위장합니다. 그리고 귀신이 된 하지원이 복수를 시작하는데… 스토리는 특별하지 않고, 고전 공포 영화처럼 한을 품은 귀신이 복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하지원의 귀신 캐릭터는 예외적으로 매우 무서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귀신들이 대체로 흰 소복을 입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하지원의 귀신 캐릭터는 검은 원피스를 입고 나왔고, 그녀의 다크 서클은 더욱 진해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그 영화는 전통적인 한국 귀신의 이미지를 바꾸었습니다. 당시에는 '여고괴담 1편'에서 귀신이 쿵쿵쿵하며 점프해서 다가오는 장면이 무서워서 사람들이 난리였는데, '가위'에서는 그네를 타며 노려보는 장면, 수영장 안에서 무서운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 자동차 뒷유리에 반사되는 얼굴 등 새롭게 무서운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 보면 그렇게 무서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위'를 만든 안병기 감독은 이후 차기작으로 하지원과 함께 '폰'이라는 공포영화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분신사바'와 강풀 원작의 '아파트' 등을 통해 호러 장르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최근 작품들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가 블룸하우스처럼 호러 영화 전문 제작사를 차릴 수 있었다면, 한국에서 공포 영화 장르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의 현재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노래를 듣다가 생각이 나서 다시 보게 된 영화 '가위'.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어떻게 보면 아련한 추억들이 함께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가위'를 본 지 23년이 지난 지금, 타임머신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를 다시 보면서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20세기에 재미있게 본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을 취미로 삼아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영화들을 다시 보면서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보는 것은, 과거로의 작은 여행 같아서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한 그것은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과거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취미가 될 것입니다.